[▩문기득의 세상이야기][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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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7.15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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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비록’ 과 ‘도광양회(韜光養晦)’

한국과 일본의 갈등이 한일 국교수립이후 최악의 상태로 접어들고 있다. 과거사에서 시작하여 정치, 경제 문제로 번지면서 심각하게 당장 우리 경제에 발등의 불이 되고 있다.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가 시작되면서 양국 간의 긴장이 어느 때 보다도 높아지고 있다. 우리 정부와 기업인들이 대응책을 마련하느라 바빠졌다. 대통령은 며칠 전 청와대에서 30대 그룹 총수들과 간담회를 가졌고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도 5대 그룹 총수와 만나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일본에 직접 가서 현지 경제인들과 만나 대책을 논의했다. 이번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는 장기화할 경우 우리 경제가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된다는 점에서 매우 중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정부와 기업인들의 지혜로운 대응이 중요하다는 점은 말할 필요도 없다. 일본이 수출규제에 나선 3가지 부품·소재는 우리나라 주력 수출품인 국내 반도체, 디스플레이 산업에 없어서는 안 될 것들로, 일본이 전 세계 생산량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다른 데서 대체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일본도 이를 노리고 우리나라 경제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린 것이다.

사실 우리나라의 대일 무역은 1965년 이래 54년간 한 번도 흑자를 기록한 적이 없다. 그동안 누적적자 금액이 무려 708조에 이른다. 이는 양국 관계가 악화되어 장기적으로 무역이 중단되면 일본도 적잖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우리나라는 당장 경기침체로 심각한 후유증이 있을 것이다.

한일 간의 이러한 무역 불균형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가 일본이라는 나라에 경제적인 의존관계가 형성되었는지 한번 돌아봐야 할 것이다. 무역적자를 보면서도 우리는 일본에서 소재부품을 수입해서 생산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것이다. 우리가 모든 것을 자급자족 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현명하지도 않다. 지금까지는 질 좋은 핵심 소재를 다른 나라에서 수입해서 부가가치를 올려 수출하는 것이 훨씬 경제적인 판단이었다. 바로 경제학자 리카도의 비교우위론에 바탕을 둔 자유무역주의 이론에 근거한 것이다. 지금도 경제학자들은 일관되게 자유무역이론을 주장한다. 정치인들도 표면상으로는 자유무역을 주장하면서도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는 손바닥 뒤집듯이 말을 바꾼다. 트럼프도 아베도 상대방 국가에 대해서는 자유무역을 주장하면서도 실제로 자신들은 강력한 자국중심의 보호무역을 실행하고 있다. 냉혹한 국제정치의 현실이다. 국가 간의 무역이 경제논리로만 접근할 수 없는 이유이다. 자유무역을 원칙적으로 표방하되 국가안보나 기간산업 보호를 위해서는 전략적인 산업구조 개편을 병행해야 할 것이다.

우리국민들에게는 위기극복의 유전자가 면면히 흐르고 있다. 역사적으로 수많은 침략에도 위기를 이겨내고 오늘에 이르렀다. 36년간의 일본지배와 6.25동란의 잿더미 속에서도 전 세계 7개 국가뿐인 ‘30-50클럽(1인당 소득이 3만달러를 넘으면서 인구가 5000만 명 이상인 국가)클럽에 가입한 저력이 있다. 1999년 수입선 다변화 제도 완전폐지 때에도 당시 월등하게 앞섰던 일본으로부터 이 제도를 폐지하게 되면 국내 산업이 고사할 것이라고 반대가 엄청났지만 우리 기업들의 치열한 연구개발로 당당하게 극복해냈다. 삼성과 LGTV가 오히려 일본 제품을 국제무대에서 꺾어버리는 대반전(大反轉)을 일궜다. 삼성전자에 초보단계의 반도체 기술을 전수했던 샤프 산요전자 등 일본 기업들이 삼성에 밀려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세계제일의 노키아 휴대폰도 우리나라 기업의 희생양이 되었다. 1998년 일본대중문화개방  정책 시행을 앞두고 일본 문화 개방하면 한국은 일본의 문화 식민지가 될 것이라고 반대가 많았다. 하지만, K-POP으로 한류의 꽃을 피우고 있다.

500년 전 있었던 임진왜란을 기록한 국보 132징비록에서 조선의 명 재상으로 임진왜란을 승리로 이끈 서애 유성룡은 지난 일의 잘못을 징계하여 뒤에 환난이 없도록 조심한다징비록을 저술한 이유를 밝히고 있다. 우리는 오늘의 어려움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때를 기다리며 실력을 기른다도광양회(韜光養晦)’의 정신으로 인내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 인내는 잘못을 참고 그냥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기다림이 기쁨이 되는 인내의 시간이기를 우리 모두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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