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기득의 세상이야기][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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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9.09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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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청년의 시련

청년은 요즘 들어 거의 잠을 잘 수가 없다. 서울 목동 로데오 거리에서 새벽 다섯 시 반에 영업을 마치고 뒷정리를 마치고 아침을 대충 떼운 뒤 원룸이 있는 인천에 도착하면 사람들이 한창 출근하느라 바쁜 일곱 시 반쯤 된다. 내일 영업을 위해서는 잠을 좀 자 둬야 하는데 근심거리가 머리에서 떠나지 않으니 통 잠을 이룰 수가 없다.

청년의 의사와는 전혀 상관없이 한일 간 갈등이 그에게 고통의 시작 된지 벌써 삼 개월째 접어든다. 2년 전 가게를 인수할 때만 해도 전혀 예상하지 못한 복병을 만났다. 휴대폰 매장을 운영하다가 접고 완전히 새로운 요식업의 길로 뛰어든 건 하나의 모험이었다. 그러나 아직은 젊으니까 한번 해보자는 배짱으로 요리학원을 다니면서 한식, 일식, 양식 요리사 자격증을 따고 권리금만 이억 원 가까운 돈을 투자해 모든 것을 걸었다. 다행히 장사는 잘 되었다. 중간에 직원이 말썽을 좀 부리긴 해도 그런대로 영업이 잘 돼서 여러 금융회사에서 대출받아 투자한 돈을 절반 가까이 갚았다. 하나 있는 동생에게 자동차도 사 줄 수 있어서 태어나서 처음으로 형 노릇을 했다는 보람도 느꼈다.

시련은 여름이 시작되면서 찾아왔다. 가게를 인수할 때 특별한 생각없이 기존 가게 이름을 그대로 인수받아 사용한 게 화근이었다. 이유라면 그때는 새로 간판을 제작하는 비용을 아낄 수 있어 그대로 사용 것 뿐 이었다.

칸빠레ㅇㅇ”. 일본어 간판으로 인해 불매운동의 최대 피해자가 되었다. 영업은 거의 개점휴업 상태다. 정치에 관심도 없고 흥미도 없지만 한일 정치 갈등의 직격탄을 맞았다. 처음에는 억울했다. 매일 재래시장에서 식자재를 사와서 직접 요리하고 정규직원 한명과 아르바이트 학생 둘 다 우리나라 사람인데 왜 내가 한일갈등의 희생양이 되는지 이해하기 힘들다.

아직 시작할 때 받은 대출금이 일억 원이 넘게 남아 있는데 여기서 주저앉을 수는 없다. 우선 간판을 교체하기로 결정했다. 간판을 바꾸는 데 이천만 원 가까운 돈이 필요하다. 며칠 전 금융회사에 도움을 요청한 상태다. 담당자는 그렇게 긍정적인 것 같지 않은 느낌이다. 하지만 절박한 심정으로 성의껏 설명하고 도움을 요청했다. 조금은 마음이 움직이는 것 같기도 한데 불안한 마음은 떠나질 않는다. 며칠 뒤 가능 여부를 알려주겠다고 하는데 그때까지 초조한 마음은 계속될 것 같다.

불안한 마음에 지난날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부모님이 이혼한 건 고등학교 1학년 때였다. 뭐가 뭔지도 모른 채 청년은 엄마 따라 인천으로 가고 동생은 아빠 따라 서울에 남아서 이산가족으로 살아왔다. 5년 전 엄마가 돌아가시고 청년은 그대로 인천에 원룸을 얻어 지금까지 생활하고 있다. 대학이라고 들어갔지만 방황으로 공부는 뒷전이고 급기야 중퇴라는 불명예만 남기고 군대를 갔다 와서 휴대폰 매장 아르바이트로 전전하다가 짧은 기간 매장을 운영 해 보기도 했지만 세상의 쓴 맛만 보고 새롭게 뛰어든 요식업계. 지금 최대 위기를 맞고 있는 것 같다. 청년도 30대 중반의 나이에 접어들고 있지만 결혼은 꿈도 못 꾸고 있다.

잠을 좀 자 둬야 하는데 잠이 안 와 켜 놓은 청문회 중개방송에서 후보자 자녀를 두고 벌어지는 여야 국회의원들의 주장이 먼 나라 이야기로만 들린다.

내일모레, 신청한 대출금이 가능하다는 통보가 왔으면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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