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혹투성이 귀순자 2명 비밀추방,명백히 진상밝혀야...중앙일보 11월12일자 사설
의혹투성이 귀순자 2명 비밀추방,명백히 진상밝혀야...중앙일보 11월12일자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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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11.12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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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서 살인을 저지른 탈북민 2명이 동해에서 한국으로 귀순 의사를 밝혔으나 정부가 불과 닷새 만에 북한으로 몰래 강제 추방했다 들통난 사건은 말 그대로 의혹투성이다. 전례 없는 이번 탈북자 강제 추방 조치에 대해 관련자 책임 규명과 국정조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국민만 몰랐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사건 자체를 철저히 감추려 했다는 점이다. 이 사건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대대장(중령)이 지난 7일 국회에 출석 중이던 김유근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의 휴대전화에 문자로 직보한 사실이 언론 카메라에 포착되면서 처음 드러났다. 그때까지 정경두 국방부 장관조차 몰랐다고 한다.

지난 6월 북한 목선의 삼척항 노크 귀순사건 때 월권 문제로 엄중 경고받았던 김유근 1차장이 이번에 또 보고체계 시비를 일으켰다. 국정원과 통일부조차 강제 추방을 주저했다는데도 청와대는 도대체 무엇을 비밀로 해야 했기에 조사 사흘 만에 강제 추방 방침을 북한에 서둘러 통보했는지 묻고 싶다.

정부는 17t급 오징어잡이 배에서 16명을 흉기로 살해했다는 탈북민 2명을 북한 당국이 찾고 있다는 사실을 대북 감청을 통해 파악해 북한에 송환했다고 해명했다. 이게 사실이라면 북한 당국을 친절히 배려해 요청도 없는 상태에서 정부가 자발적으로 귀순자의 신병을 넘겼다는 말이 된다. 이 정부의 안보 진용에 만연한 북한 눈치보기의 정점이 아닌가.

정부는 살인 등 중대한 비정치적 범죄의 경우 북한이탈주민법상 보호 대상자로 결정하지 아니할 수 있다는 근거를 앞세운다. 하지만 한국과 미국의 북한 인권 관련 18개 시민단체는 한국 정부가 고문 위험 국가로의 추방·송환·인도를 금지한 유엔 고문방지협약을 위반했다며 규탄 성명을 발표했다. 한국 정부는 이 협약에 1985년에 서명했다. 그런데도 탈북민 2명은 군사분계선에 도착할 때까지 자신들이 북송된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한다.

북한이 그동안 탈북민에 대해 북한에서 온갖 범죄를 저질렀다고 선전할 때도 역대 정부는 탈북민이 북송될 경우 고문·처형 등 인권 유린을 당할 것을 우려해 예외 없이 일단 귀순을 허용했다. 더군다나 탈북민은 헌법 해석상 대한민국 국민으로 인정된다고 대법원이 판단해 온 마당에 이번엔 정부가 사법관할권을 너무 쉽게 포기하고 탈북민에게는 재판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가뜩이나 현 정부는 북한을 두둔하고 탈북민을 압박한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굶어죽은 탈북민 한성옥·김동진 모자는 아직도 장례조차 치르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이번 사건에 대해 뒤늦게 이런저런 해명을 내놓지만, 국민을 납득시키기에는 역부족이다. 정부가 계속 감춘다면 국회가 국정조사를 통해서라도 모든 의혹을 낱낱이 밝혀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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