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기득의 세상이야기][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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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5.25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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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사는 세상

얼마 전 서울 강북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경비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안타까운 사고가 있었다. 같은 아파트 단지에 거주하는 주민의 계속되는 괴롭힘을 견디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 중에 반가운 것은 빗방울뿐이다. 눈이며 꽃잎이며 낙엽이며, 하늘에서 쏟아지는 것들은 모두 쓰레기다"

시처럼 들리지만 '임계장 이야기'라는 책에 나오는 말이다. 아름다운 꽃잎도 아파트 경비원에겐 종일 쓸어야 하는 고된 일거리라는 얘기다.

저자는 공기업에서 38년을 일하고 예순에 은퇴했다. 하지만 아들의 로스쿨 학비를 대려고 4년째 임계장으로 일하는 사연을 책으로 엮었다. 임계장이란 '임시 계약직 노인장'을 뜻한다. "고르기 쉽고, 다루기 쉽고, 자르기 쉽다"'고다자'도 비슷한 말이다.

그는 경비원 시절 음식물 쓰레기통을 씻다가 입주민에게 혼이 났다고 한다. 수돗물을 세게 틀어 낭비한다며 "무릎 꿇고 빌어라"고 했다. 그는 하루에도 몇 번씩 "잘라버린다"는 말을 듣다가 화단에 양동이로 물을 준 일로 그만둬야 했다.

이 책이 부쩍 주목받는 것은 어느 경비원의 죽음 때문이다. 고 최희석씨는 보름 넘게 한 입주민의 폭행과 폭언, 협박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했다. 그리고 일주일이 지나 휴대전화에 남겼던 육성 유서가 공개됐다.

사직서 안 낸다고 산으로 끌고 가서, 100대 맞고, XX, 너 죽여버린다고"

공포에 떨면서도 인격이 망가지는 마지막 한계까지 버텨보려 한 약자의 고통이 생생하다.

"맞으면서 약으로 버텼습니다. 진짜 밥을 굶고 정신적인 스트레스 얼마나 불안한지 알아요?"

나에게도 분노할 권리는 있으나 타인에 대해 몰인정하고 잔인하게 대할 권리는 없다는 것을 나는 배우고 있습니다.”라고 한 샤를 드 푸코의 말처럼 다른 사람을 자신의 생각과 다르다고 해서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준 가해자가 제대로 처벌을 받아야 할 것이다. 며칠 전 이 가해자는 구속영장 실질심사 결과 구속되었다.

코로나19로 모두가 어려움이 있겠지만 그늘진 땅이 먼저 얼고 가장 나중에 얼음이 풀리듯 같은 어려움이라도 낮은 곳에 있는 사람들이 느끼는 어려움은 한층 더 아프게 느껴질 것이다.

그의 두 딸도 추모식 때 바친 편지에 이렇게 썼다. "겁 많고 마음 여린 아빠가 혼자서 얼마나 무서웠을까요" 그러면서도 여러모로 애써준 입주민에 감사했다. 최씨의 경비실에 주민의 분향 참배가 이어졌고 추모 글도 가득 붙었다. 청와대에 최씨의 억울함을 풀어달라고 청원한 사람도 주민이었다.

사실 경비원의 몸과 마음을 짓밟는 주민은 극소수일 것이다. 하지만 그 뒤에 주민 대다수의 무심함과 무관심이 깔려 있는 것은 아닐까? 자신부터 아픈 마음으로 뒤돌아보자.

우리 대부분이 아파트에 살면서 그분들의 고통에 얼마나 귀 기울이고 배려했는지 반성할 일이다. 그분들을 보호할 법과 제도도 중요하지만 결국 사람을 존중하는 세상을 만들라는 숙제를 남기고 또 한 분이 떠났다. 피해자의 바람대로 다시는 억울한 희생이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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