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사에 오점남길 민주당의 국회 상임위장 싹쓸이...중앙일보 6월 30일자 사설
헌정사에 오점남길 민주당의 국회 상임위장 싹쓸이...중앙일보 6월 30일자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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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6.30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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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국회 전반기 원() 구성이 끝내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독식(獨食)으로 마무리됐다. 민주당은 어제 야당이 불참한 가운데 본회의를 열어 정보위를 제외한 11개 상임위원장을 모두 자당 소속 의원으로 선출했다. 집권당이 상임위원장 전체(정보위 포함 18)를 싹쓸이한 건 전두환 정권 시절인 12대 국회 이후 33년 만이자 처음이다. 21대 국회가 협치(協治)와는 동떨어진 여당의 독식과 독주로 시작된 현실은 충격적이다. 여야가 머리를 맞대 코로나 위기를 극복하길 염원하는 국민의 기대에도 재를 뿌렸을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헌정사에 중대한 오점을 남겼다.

특별한 정치적 쟁점이 없는데도 국회가 파행으로 시작된 1차적 원인은 여당의 오만 때문이다. 관행상 야당이 차지했던 법사·예결위원장을 여당이 갖겠다고 일방 선언하면서 균형추가 무너지자 야당이 반발했기 때문이란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평가다. 법사·예결위원장을 야당이 갖는 것은 국회가 행정부를 견제하는 장치로 작용해 온 측면이 있다. 관례대로 의석수에 따라 상임위원장을 배분하자는 미래통합당의 요구를 177석의 거여(巨與)는 힘으로 무력화시켰다. 군사독재 시절에나 있을 법한 일방적인 승자 독식이 자칭 민주화운동 세력이라는 민주당에 의해 이뤄졌다는 점은 참으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1987년 민주화 이후 30여 년 넘게 의석수에 따른 원 구성은 관행으로 굳어져 왔다. 2004(열린우리당), 2008(한나라당), 2012(새누리당) 총선에서도 과반수 이상을 득표한 정당이 나왔지만 1당이 상임위원장을 독식한 적은 없다. 민주당은 제2당으로 밀려나자 의석수에 따른 배분을 주장, 관철했다. 21대 국회의 독식이 더 설득력을 갖기 어려운 이유다.

민주당의 단독 원 구성은 야당의 반발과 후폭풍을 예고했다. 야당 몫의 국회 부의장으로 내정됐던 정진석(미래통합당) 의원은 어제 전대미문의 반민주 의회 폭거에 대한 항의의 표시라며 국회 부의장을 맡지 않겠다고 밝혔다. 정의당도 비정상적인 국회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은 국민이라며 본회의에 불참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여당은 정상화를 위한 노력은커녕 산사에 다니시는 분은 사리가 안 생기는데 여당 원내대표의 몸에는 사리가 생겼다”(이해찬 대표)는 식의 뚱딴지 같은 궤변을 늘어놓고 있다. 민심과 동떨어진 상황 인식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전대미문의 위기를 맞고 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한 마이너스 경제성장과 고용대란, 비핵화 해법 없이 표류 중인 남북, ·미 관계, 21차례의 부동산 정책에도 치솟기만 하는 집값 상승 등 전방위적 위기로 인해 국민의 불안과 분노는 위험수위다. 그 어느 때보다 국정의 파트너인 야당과의 대화·타협이 절실한 시점이다. 여당의 국회 독식이 헌정사의 오점이자 민주주의의 최대 위기라고 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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