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기득의 세상이야기][16]
[▩문기득의 세상이야기][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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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12.24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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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 빠진 독에서도 콩나물은 자란다

6,70년대에 집집마다 안방에 콩나물시루가 있었다. 정지용 시인의 시 ‘향수’가 그려지는 풍경이다. 가을까지는 들판에서 채소를 얻을 수 있었지만 겨울에는 이용할 만한 채소를 구하기가 어려웠다. 그 이후에 비닐하우스가 보급되면서 자연스럽게 사라진 풍경이다. 추운 겨울에도 비교적 따뜻한 안방 한 구석에 콩나물시루는 익숙한 모습이면서 습도까지 조절해주면서 겨우내 밑반찬의 공급원이기도 했다.

필자는 어릴 때 콩나물시루를 보면서 신기한 의문을 가졌다. 물을 주면 바로 밑이 빠진 콩나물 독에서 물이 곧장 아래로 흘러 내려버려서 콩나물이 자랄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어른들은 정성들여 하루에도 몇번씩 물을 주었다. 심지어 밤에 주무시다가도 중간에 일어나 물을 주었다. 콩나물은 안방의 적당한 온기와 정성에 힘입어 잘 자랐다. 덕분에 콩나물은 겨울 동안의 주요 반찬의 재료였다.

우리는 살면서 비슷한 경험을 한다. 책을 읽어도 다 읽고 나면 머리에 남는 게 별로 없다. 며칠 지나면 거의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루하루가 특별한 것 없이 흘러간다. 지금처럼 한 해가 지나가는 12월이면 지난 1년간 무슨 일을 했는지 얼마나 보람있는 일들이 있었는지 생각해보면 더욱 그렇다. 아쉬움과 후회가 앞서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콩나물이 제대로 자라기 위해서는 물이 고여있으면 안되고 아래로 흘러 내려야 한다. 물이  바로 빠지더라도 반복해서 주기적으로 물을 주어야 한다. 물주기를 게을리하면 잔뿌리가 많이 나고 질겨진다. 그렇다고 밑을 막아버리면 콩나물은 자라지 않고 썩어버릴 것이다.

올해도 얼마남지 않았다. 아쉬움과 허전함이 몰려온다. 빈 들판의 바람같이, 맨손쥔 주먹같이 공허한 세월의 흔적만을 남기고 한해가 저문다고 생각하면 모두 비슷한 감정을 느끼리라 생각된다. 하지만 우리가 보낸 한해가 무의미하게 지나가지는 않았으리라. 밑 빠진 독에서 흘러내린 물이 콩나물을 키우듯이. 

또 한해가 지나가는 세밑이다. 돌이켜보면 손에 잡히는 특별한 것 없는 평범한 한해였지만 밑 빠진 독에서도 콩나물이 자라듯이 지난 한해도 우리들의 영혼에 또 하나의 나이테를 남기며 다가올 날들을 준비하는 시간이었으리라. 다가오는 새해에는 튼실한 콩나물이 자라게 따뜻한 온기를 주고 때를 놓치지 말고 물을 주자. 기대한 만큼 채우지 못했다고 초조해하지 말자. 믿음과 희망을 갖고 최선을 다한 거기까지가 우리의 한계이고 그것이 우리의 아름다움이리라. 바로 흘러내리는 물일지라도.  아듀 2018!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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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원 2019-01-03 11:44:57
문기득님 정말 공감하는 좋은 글 입니다.
자신의 정진을 다시한번 돌이켜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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